메타의 마크 저커버그가 16일(현지시간) 인사이드더랩 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VR AR 헤드셋 시제품을 공개했습니다. 2014년 20억달러에 오큘러스를 인수했던 메타는 오랫동안 헤드셋 개발에 공을 들였는데요. 리얼리티랩스가 비록 1분기 약 30억달러의 손실을 봤지만 그 열망은 여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끝에는 메타버스가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다만 16일(현지시간) 공개된 여러 개의 헤드셋이 가진 의미는 더 의미심장합니다. 보기에 따라 그 행위는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다양한 라인업을 공개하는 하드웨어 제조사들의 전략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나왔나?

시력 1.0을 지원하는 버터스카치(butterscotch)가 나왔습니다. 인간의 망막이 보여주는 해상도를 구현해 국내외 언론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기준 정상 시력으로 평가되는 '20/20 비전'을 구현하는 것은 정말 놀라운 결과입니다. 뛰어난 해상도에 비해 시야각은 크게 줄었으나 인간의 시야를 구현하기 위해 해상도를 각도당 60픽셀 수준으로 맞춘 것 자체가 훌륭합니다.

홀로케이크2(Holocake 2)는 가벼움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일반 렌즈의 광학을 시뮬레이션하는 홀로그램 렌즈를 활용해 눈길을 끕니다. 홀로그램 렌즈를 구현하기 위한 레이저의 유지는 풀어야 할 숙제지만 이제 헤드셋 자체가 얇아지고, 더 가벼워지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나아가 HD TV와 유사한 수준인 1만 니트 밝기의 램프가 지원되는 스타버스트(Starburst), 다초점 렌즈를 탑재한 하프 돔 3(Half Dome 3)도 공개됐습니다. 

자. 여기까지 보면 각각의 헤드셋들의 장단점이 뚜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버터스카치는 이미지 해상도가 높지만 시야각이 좁습니다. 홀로케이크2는 가벼움을 극대화시켰으나 헤드셋과 같은 소비자용 기기에 레이저라는 기술을 덧대는 것은 가격 측면이나 기타 상용화 차원에서 아직 갈 길이 멀지요. 

스타버스트는 HD TV 성능을 내지만 램프의 크기가 너무 커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 다소 어렵고 하프 돔3는 눈의 피로를 크게 덜어내는 한편 세밀한 이미지 확인이 가능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다초점 렌즈가 고가라는 문제가 남습니다.

마크 저커버그도 인정합니다. 그는 스타버스트를 두고 "개발하는데 많은 시간이 들 것"이라고 말했으며 그 외 기기들을 두고도 '비주얼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조만간 통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어요. 인사이드더랩 간담회 자체가 시제품을 공개한 것이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인사이드더랩 간담회에서 버터스카치, 홀로케이크2, 스타버스트, 하프 돔3 시제품만 공개된 것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어요. 바로 미러 레이크입니다. 

혼합현실 고글을 지향하는 미러 레이크는 레티나 수준의 해상도를 지원하며 HDR과 더불어 시선 추적기능, 홀로그램 렌즈 등을 활용합니다. 다중 눈 초점 포인트 생성 기법 등을 통해 상세한 3D 비주얼을 생성할 수 있고 착용하는 동안 이용자의 표정을 외부 디스플레이에도 표현할 수 있어요.

맞습니다. 미러 레이크는 위에서 소개한 기기들의 장점들을 모아 시너지를 내는 최종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커버그도 "아직 성능이 완전히 보장되지는 않았다"면서도 "개발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TV나 스크린을 대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러 레이크. 출처=메타
미러 레이크. 출처=메타

메타버스로 가는 길
TV나 스크린을 대체하는 끝판왕 헤드셋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메타버스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간단한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생생하고 실감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헤드셋을 통해 메타버스로 가는 티켓을 제공한다'는 것.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모바일 시대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에서 헤드셋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단계입니다. 이용자들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한정된 디스플레이로 펼쳐지는 콘텐츠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내는 단계를 생략하고 언제 어디서든 간단하게 헤드셋을 착용한 상태에서 그 즉시 메타버스라는 실감나는 '세컨드라이프'로 뛰어들게 만드는 순간입니다.

이를 완성시키는 것이 바로 인간의 망막기능을 지원하고 홀로그램 렌즈를 이용해 가벼움을 보장하는 등의 헤드셋이 될 것입니다. 메타의 전략은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간단하고 명료합니다. 메타버스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이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채워두는 전략. 아직은 시제품 단계지만 시간이 흐르면 기술은 더 발전할 것이며, 그 때 마크 저커버그의 큰 그림은 간단하게 완성될 것입니다.

저커버그가 헤드셋을 시연하고 있다. 출처=메타
저커버그가 헤드셋을 시연하고 있다. 출처=메타

"다 하겠다는 것"
메타는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감이 넘칩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메타의 메타버스가 그리는 방향성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저커버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기술로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는 이 흐름이 고스란히 메타버스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자신들이 소프트웨어 SNS 서비스인 페이스북으로 강력한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사람들의 연결을 끌어냈고, 이를 통해 광범위한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당연히 메타버스 시대에서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메타버스를 곧 연결이고, 커뮤니티의 관점으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호라이즌과 같은 메타버스 소프트웨어 공간을 키우고 창작자들을 모으는 한편, 하드웨어 단계에서는 누구보다 빠른 출혈과 진화를 거듭하고 있어요.

저커버그가 이번 인사이드더랩을 통해 공개한 다양한 장단점을 가진 헤드셋을 공개했고, 그 정점에 선 미러 레이크에 주목한 대목은 마치 하드웨어 기업들이 다양한 중저가 시제품과 프리미엄 시제품을 동시에 개발하며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과 닮았습니다. 네. 하드웨어에 제대로 집중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메타가 소프트웨어 메타버스를 일종의 운영체제 생태계로 키워가는 점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미러 레이크가 완성된다면 그에 가장 호환되는 생태계는 당연히 메타의 소프트웨어 세계입니다. 그리고 메타버스는 현실을 가상세계로 옮겨왔으며, 그 공간이 곧 운영체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장터이자 커뮤니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PC와 모바일 시대까지는 안드로이드와 iOS와 같은 '공기 인프라'들이 운영체제라는 핵심 엔진이라면 커뮤니티와 연결의 메타버스는 곧 아바타들의 만남이 운영체제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운영체제(안드로이드, iOS)에 중심을 두고 하드웨어(갤럭시, 아이폰)과 소프트웨어(넷플릭스)로 나뉜 지금의 인터넷 세계는 메타버스 시대로 접어들며 조금씩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가 겹쳐지는 순간이 올 것으로 보입니다. 몇몇 개발자들은 실제공간에서 PC 앞에 앉아 코딩을 하지않고 메타버스 자체로 모여 코딩을 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단순히 실생활을 복사한 개념이 아니라 실제 생산성이 벌어지는 공간이 되고 있으며, 이는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가 겹쳐지는 충격적인 미래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메타가 엄청난 출혈에도 메타버스 비전을 착실하게 진행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B2C와 C2C 개념으로 보면 그 자체로 현실세계의 복사판이라 시장 잠재력은 상당하며, B2B 측면에서도 이제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는 겹쳐지고 있습니다. 메타는,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가진 더 높은 수준의 애플을 원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IT여담은 당장의 정보가 아닌, 다양한 업계의 행보를 바탕으로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상상하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