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자산시장서 모두 찬바람만 불어
유동성 파티 끝나 바닥 모를 추락만

2022년 자산시장은 격변을 겪었다. 부동산과 주식, 코인까지 모두 추락했다. 사진은 서울에 첫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14일 여의도 한강 둔치. 사진=이태구 기자
2022년 자산시장은 격변을 겪었다. 부동산과 주식, 코인까지 모두 추락했다. 사진은 서울에 첫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14일 여의도 한강 둔치.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유호석 기자] 2022년 자산시장은 격변을 겪었다. 부동산과 주식, 코인까지 모두 추락했다.

올 해는 연초(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하더니, 곧이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작된 글로벌 긴축과 경기침체로 내내 어지러웠다.

글로벌 유동성 파티는 끝났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급등하던 부동산은 꺾였다. 국내 증시는 추락했다. 코인 시장은 각종 사건사고로 어지러웠다.

기준금리 상승의 여파로 예금·대출금리가 치솟았다. 이에 역대 가장 많은 시중 자금이 은행의 정기예금에 몰리기도 했다.

올해 부동산 불패 신화가 무너진 것은 물론이고, 서울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마저 줄어든 상황이다. 사진은 서울 미아지역 주택 , 아파트. 사진=이태구 기자
올해 부동산 불패 신화가 무너진 것은 물론이고, 서울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마저 줄어든 상황이다. 사진은 서울 미아지역 주택 , 아파트. 사진=이태구 기자

◆ 무너지는 부동산… 역대급 한파 맞았다

올 연초만 해도 부동산 시장은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2021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13.2% 상승하며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내 투자, 빚 내서 투자) 유행이 지속될 것처럼 보였다.

허나 연준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계속해서 금리인상을 단행하자 단단해 보이던 부동산이 꺾였다. 연준은 3월 이후 7차례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모두 금리를 올렸다. 3월에만 0.25%포인트 인상의 베이비스텝을 밟았을 뿐, 0.50%포인트 인상의 빅스텝 두번, 0.75%포인트 인상의 자이언트스텝을 4차례 단행했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무너진 것은 물론이고, 서울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마저 줄고 있다.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넷째주 서울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3.1을 기록, 지난주(64.0)보다 하락했다. 해당 지수는 지난해 11월 셋째주 99.6을 기록한 뒤 이후 13개월(59주 연속)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한다. 수치가 100을 넘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며, 반대의 경우는 팔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음을 의미한다. 1년이 넘도록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많았다는 얘기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역대급 거래 절벽이 이어지며 서울 강남 아파트도 8억~9억원 가량 급락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 전용 83.21㎡는 지난 17일 19억원에 거래됐다. 올 1월만 하더라도 28억원에 거래되던 주택형의 가격이 1년도 안돼 9억원 가량 떨어진 셈이다.

신규 주택마저 팔리질 않고 있다. 국토부가 이날 공개한 1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5만827호로 전월보다 22.9%(1만810호) 증가했다. 이는 2019년 9월(6만62호)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많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분양가가 폭등한 여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1522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0년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높은 금액이다. 전용 84㎡ 아파트를 기준으로 하면 기준으로 분양가가 1년 만에 6963만원 오른 셈이다.

이에 청약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지난 6월 2703만명에서 11월 2661만명으로 42만명 줄었다.

금리인상이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등의 사건이 발생한 점도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Project Financing) 금리가 상승하고 유동성 고갈은 더욱 심해졌다.

단기 회복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열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이미 높아진 새로운 금리 레벨에의 적응이 필요할 것”이라며 “부동산 규제완화가 예상되나, 목적은 경착륙 방지이지 가격 부양이 아니다. 시장 변화에 정책이 후행하며 시차를 두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29일 오후3시 부산본사에서 금년 한해 자본시장을 마무리하는 기념행사인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폐장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폐장신호식 터치버튼인사. 사진 앞줄 왼쪽부터 안감찬 BNK 부산은행장,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최준우 주택금융공사 사장, 이명호 예탁결제원 사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 시민연대 의장, 권남주 자산관리공사 사장, 홍우선 코스콤 사장. 뒷줄 왼쪽부터 이병윤 KRX 사외이사, 이희길 KRX 사외이사,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한국거래소는 29일 오후3시 부산본사에서 금년 한해 자본시장을 마무리하는 기념행사인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폐장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폐장신호식 터치버튼인사. 사진 앞줄 왼쪽부터 안감찬 BNK 부산은행장,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최준우 주택금융공사 사장, 이명호 예탁결제원 사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 시민연대 의장, 권남주 자산관리공사 사장, 홍우선 코스콤 사장. 뒷줄 왼쪽부터 이병윤 KRX 사외이사, 이희길 KRX 사외이사,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 ‘무너진 주식시장’… 주요국 최하위 수준

주식시장은 글로벌 주요국 최하위 수준으로 무너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는 전년말 대비 24.9% 하락했다. 등락률만 놓고 보면 주요 20개국(G20)과 아시아국가를 포함 27개국 중 25위다. 28일 종가 기준으로 각국의 대표지수와 비교해보면 러시아(-41.48%)와 베트남(-32.21%)보다 나은 수준이다.

튀르키예가 187.76% 올라 가장 좋은 성과를 거뒀고, 아르헨티나도 142.59% 올랐다. 브라질(5.17%), 싱가폴(4.59%), 인도(4.56%), 인도네시아(4.09%), 영국(1.53%), 남아공(0.77%) 등의 대표지수가 전년말 대비 오름세를 기록했다.

연준의 통화 긴축 가속화 여파로 국내 금리도 급등했고, 경기침체 우려로 대부분 업종이 부진했다. 서비스업이 42.1% 폭락했고, 건설업도 36.0% 내렸다. 전기전자는 30.1% 추락했다. 전년말 대비 하락한 업종이 17개다. 보험업(9.7%), 전기가스(8.4%), 음식료(0.5%)까지 3개 업종만 올랐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1767조원으로 전년말 대비 436조원 줄었다. 거래소에 따르면 서비스업과 금융업 등 경기민감 업종 중심으로 낙폭이 확대됐다.

동학개미 열풍도 소용이 없었다. 개인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매수세를 지속했다. 올해 개인은 총 16조6000억원 순매수했으나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1조3000억원, 6조8000억원 순매도했다.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에서도 거래가 급감했다. 글로벌 시장 유동성 축소와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 감소 등의 영향으로 올해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년대비 41.6% 줄었고, 거래량은 42.7% 감소했다.

코스닥시장의 타격은 더욱 컸다. 올해 코스닥지수는 전년말 대비 34.3% 줄었다. 3년 만의 하락이다.

36개 업종이 약세를 나타냈다. 특히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Non-Fungible Token) 등 성장주 관련 업종이 더 큰 폭의 약세를 나타냈다. 디지털콘텐츠는 61.5% 추락했다. 소프트웨어도 48.8% 떨어졌고, 인터넷은 42.2% 떨어졌다. 코스닥 업종 중 유일하게 운송업종만 36.6% 올랐다.

코스닥의 시가총액은 1년새 131조원 줄었다. 개인이 8조6000억원 순매수한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조2000억원, 2조2000억원 순매도했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전년대비 41.8%, 거래량은 41.1% 줄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9일 시니어 연구원 10명이 참여한 ‘2022년 나의 실수’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발간했다.

김 센터장은 “2022년에 범한 가장 큰 실수는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 것”이라며 “연준의 행보 자체가 서프라이즈였다는 평가도 할 수 있으나 이미 높이 치솟은 물가와 전쟁의 인플레이션 가속화를 간과했고, 저금리 유지의 당위성에 대해 지나친 믿음이 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자산 가격의 움직임에서는 종종 경험할 수 있었지만, 경제 행위나 정책 의사결정까지도 일단 한 쪽 방향으로 경도되면 관성과 가속도로 표현되는 자기강화의 과정이 나타난다는 점을 2022년에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코인시장은 각종 사건과 사고로 한파가 불어닥쳤다. 디지털자산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은 올 한해 64.10% 추락했다. 사진=픽사베이
올해 코인시장은 각종 사건과 사고로 한파가 불어닥쳤다. 디지털자산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은 올 한해 64.10% 추락했다. 사진=픽사베이

◆ 사건·사고에 찬바람 부는 코인시장

올해 코인시장은 글로벌 유동성 축소의 직격을 맞은데다, 각종 사건과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얼어붙었다.

디지털자산(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의 올해 가격은 코인마켓캡 기준(30일) 1만6625.90달러다. 연초 가격이 4만6311.74달러이니 1년새 64.10% 떨어졌다. 2021년 비트코인은 65.96% 오른 바 있다.

지난해까지가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의 호황기였다면, 올해는 크립토윈터(Crypto Winter, 디지털자산의 가격이 급락하고 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지속되는 현상)의 시기다. 다양한 해킹과 탈취 소식, 대기업과 대형 거래소의 파산 소식이 잇따르며 투자심리는 바닥을 모르는 채 추락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해킹에 의해 탈취된 디지털자산 규모는 30억1000만달러, 한화로 3조81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2억달러, 2조7889억원)에 비해 36.4% 급증한 것이다.

심지어 죽은 사람의 디지털자산까지 해킹된 사례마저 나왔다. 지난 2월 별세한 넥슨 창업자 고(故) 김정주 전 NXC 이사의 계좌가 해킹돼 약 85억원어치의 디지털자산이 유출된 것이다. 해당 사례는 유심 복제를 통한 것으로, 통상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Defi, Decentralized Finance)을 노리는 글로발 시장의 해킹 사례와는 결이 다르나, 시장 신뢰를 해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특히 올해 디지털자산 시장의 투자심리를 냉각한 가장 큰 요인은 지난 5월 발생한 테라·루나 폭락 사태다. 알고리즘을 통해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가 가격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루나 코인이 붕괴했다. 이들의 당시 가격은 최고가 대비 99.99% 추락했다. 57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은 일주일만에 증발했다.

테라·루나 코인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신현성 전 티몬창업자가 만든 것이다. 특히 루나 코인은 글로벌 시가총액 5위 안에 들어가는 초대형 디지털자산으로 성장한 터라 파장이 컸다.

해당 사건의 여파로 디지털자산 시장에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커졌다. 일각에서는 코인시장에서 발생한 제 2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금융위기)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실제로 파장은 컸다. 바벨 파이낸스, 셀시우스 등의 기업들이 인출을 중단하며 ‘뱅크런’현상이 코인 시장에서도 벌어졌다. 결국 디파이 업체인 셀시우스가 파산했고, 디지털자산 헤지펀드 쓰리 애로우스 캐피탈(Three Arrows Capital, 3AC)도 문을 닫았다.

이후에도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다수 업체들이 무너지거나 어려운 상황을 겪었다. 심지어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여파를 끄겠다며 소방수로 나섰던 세계 4위권의 마진거래 디지털자산 거래소 FTX가 11월에 파산했다. 이후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가 지속되며 연쇄 파산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 중이다.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빗썸경제연구소는 ‘2023년 가상자산 정책 전망’을 통해 내년이 디지털자산 규제의 초석을 다지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FTX 사태 이후 정당과 이념을 떠나 규제 마련을 역설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미국에서 디지털자산 입법과정에 다소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범정부 차원에서 규율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자산과 이를 둘러싼 여러 담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춘 치밀하고 섬세한 법안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국내의 경우 올해 금융당국과 국회를 중심으로 전개된 규제 논의의 결과물이 내년에 구체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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